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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육아

[대구차병원 신선1차 종료] 충격적인 배아수정결과 + 난자 방추사손상

by ✦✧✦✧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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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차병원 신선1차 종료] 충격적인 배아수정결과 + 난자 방추사손상 

난자채취를 하고 정확히 8일 뒤인 9월 7일 수정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다. 난자채취 개수가 24개였기 때문에 그래도 내심 5개 정도는 냉동이 되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다. 

 

1시간 반 대기 후 들어간 상담실에서 교수님의 첫마디에 나는 불안함을 직감했다.

"어서와요. 우리는 처음부터 시험관을 했어야 됐어~"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교수님이 차트 뒷면의 깨끗한 부분에다가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하셨다. 

 

"난자 안에는 이렇게 조그마한 난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방추사라는 게 있어요. 이 방추사는 정자를 끌어 당겨서 수정하고 세포분열을 담당하는데, 지금 20% 정도 손상된 상태예요. 그래서 계속 자연임신을 시도해도 세포분열이 안 되서 실패했을 거예요." 

아, 그래서 내가 자임이 힘들었던 거였구나. 시험관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임신이 안되는 원인, 난임원인을 찾고 싶어서 였는데 역시 난자를 꺼내보니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뒤 교수님의 말씀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난자들 상태가 다 좋지 않아요. 24개 중에 6개는 기형난자에 미성숙이라서 폐기하고, 18개를 수정 시켰는데 다 분열이 안 됐어요.

 

그래서 지금 남은 게 최상급 5일배양 1개중급 6일배양 3갠데, 사실 개수가 너무 없어서 6일배양도 미세수정보다 더 좋은 기술로 겨우 키웠어요. 그래서 중급은 큰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도 최상급 배아 1개 나왔으니 생리 시작하면 동결 진행해봐요. 그리고 만약 임신이 안 되면 제가 다음 과배란을 바로 시작하자고 할 거예요."

 

겨우 키워서 동결 1개라니. 일단 개수에 한번 충격을 받고, 배주사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구나, 내 난자질이 생각보다 훨씬 더 안 좋구나, 난자채취 개수랑 수정은 별개구나.. 정말 오만가지 별생각이 다 들었다. 1개라도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방추사? 처음 들어본 말이라서 교수님 되물었을 정도였다. 나팔관, 난저, 다낭성, 수많은 난임 단어들을 들어왔지만 방추사는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던 단어였다.

 

내가 할말을 잃고 멍하게 있자 교수님이 "그래도 시험관 시작하길 정말 잘했어요. OO씨 같은 분을 위해서 난임병원이 존재하는 거고, 최상급배아는 임신확률 50%니까 임신할 수 있어요." 라고 위로해 주셨다.

 

할말이 생각 안 나서 그냥 네네.. 하다가 다른 문제나 임신이 안될만 한 요인이 있는지 물었더니 다른 건 다 너무 좋단다. 그러면서 사실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정자 상태가 정말 좋다고.. 그럼 100% 나 때문에 임신이 안 됐던거구나.. 너무 확실해져 버렸다.

방추사 없는 난자가 파편도 많고 모양도 안 예쁘다.

도망치듯이 병원을 나와서 바로 택시를 탔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눈물이 참아지지 않아서 집으로 오는 내내 미친사람처럼 펑펑 울고 집에 와서도 한참을 울었다.

 

수정결과 나오면 남편이 알려 달라고 했는데.. 우리 정돌이와 난순이가 얼마나 열일했는지 궁금하다면서 출근 했었는데.. 눈물을 꾹 참고 전화했다가 결국 또 다시 엉엉 울고 말았다. 남편은 우리 둘이서 잘 살면 된다고 위로했지만, 사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난자 내 방추사 손상 

거의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한참을 울고난 후, 본격적인 검색타임에 돌입했다. 감정에 취해 슬퍼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려고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니까. 

 

그런데 방추사는 아무리 주변에 물어보고 검색해봐도 자료가 없다. 죄다 방추사편광현미경을 자랑하는 홍보글이거나, 의대생 혹은 학생들이 생물,과학 학습용도로 올려놓은 자료에 방추사만 있을 뿐, 나처럼 난자 방추사 손상에 관련된 사례가 없다.

'뭐지? 방추사 손상이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인가?' 하던 순간 나와 비슷한 블로거 한 분을 발견했다. 신기한 건 나와 똑같이 대구차병원 박동수 교수님께 진료를 받고 계신 분이었다. 

 

이 분은 이전에 다른 2군데 병원에서 시험관 진행시 수정에 문제가 없음에도 번번히 착상조차 안됐는데, 차병원으로 전원 후 방추사 위치가 다른 것을 발견하고, 수정이 잘 되서 처음으로 두 줄을 보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안타깝게 방추사 문제를 발견한 이후로도 임신에 계속 실패하고 시험관을 진행하고 계셔서 너무 슬펐다. 조금이라도 희망을 보고 싶었는데.. ㅠㅠ  

 

아래 자료는 차병원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방추사관련 칼럼인데, 결론적으로 방추사의 위치 혹은 유무에 따라 수정 성공률이 달라지고, 방추사가 손상되지 않도록 정자를 넣어야 질 좋은 배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추사 관련 자료. 난자노화 예방 배양법 연구 중 노화로 인해 비정상적인 방추사가 형성되는 걸 막고자 라파마이신을 첨가했더니 정상적인 방추사가 형성되었다는 뉴스. 라파마이신을 찾아봤더니 면역억제제, 항암제로 주로 쓰이는데 노화를 막아주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럼 나의 방추사 손상도 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런데 여기서 사용된 난자는 정상적이었다가 노화된 거고, 나는 이미 방추사가 손상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 그러면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정상으로 돌아오거나, 미세수정이나 배양기술로 이식까지 간다고 한들 착상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찾은 자료들도 대부분 아예 방추사가 없거나 위치가 다른 경우에 대한 예시일 뿐, 이미 손상되어 있는 상태에 대한 글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일단 방추사 자체가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새로운 난임 원인인 것 같고, 그래서 차병원 외에는 아직까지 방추사에 크게 신경쓰는 병원도 없는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 1명이라도 임신된 사례가 있음 정말 기쁠 거 같은데. 이 말을 신랑한테 했더니 니가 그 사례의 첫 주인공이 되어보라고 했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ㅠㅠ

 

병원갔을 때 충격적인 결과에 너무 당황하기도 하고 잘 몰라서 못 물어본 게 많다. 그래서 다음 병원 진료때 물어볼 것들이 산더미다. 교수님 긴장하시고~ ㅎㅎ 


1) 나처럼 방추사가 손상되어 있는 난자는 희귀한 사례인가? 이전에 임신한 사례가 있었는가?

 

2) 방추사 손상은 왜 생기는 것인가? 노화 때문인가? 

 

3) 방추사 손상은 영양제, 운동, 음식, 약물 등으로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인가? 혹은 유전인가? 

 

4) 난자는 채취할 때마다 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계속 난자채취를 하면, 정상난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가? 아니면 손상된 난자만 계속 얻을 가능성이 큰가?

 

5) 방추사 손상이 세포분열 및 염색체에 영향을 준다면, 착상이 되더라도 유산 혹은 기형아 위험도 같이 커지는가?


그리고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얘기했다.

"결과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내가 노력해도 아이가 안 생길 수 있잖아. 정말 아이가 없어도 괜찮겠어?"

"있으면 좋겠지만, 안 되면 우리 둘이서 잘 살면 되지"

"부모님한테 알릴 수 있겠어?"

"......." 

"불임 원인은 나한테 있는 거니까, 다른 정상적인 여자 만나면 바로 임신도 가능할거고.. 언제라도 정말 아이를 포기 못해서 이혼하자고 해도 받아들일게."

"이혼은 무슨.. 유전적으로 임신이 어렵다고 부모님께 말하고 둘이 살면 되지."

 

내가 해주지 못하는 걸 남편이 간절히 원하다면 어쩌겠는가. 그래서 남편에게도 아이에 관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받아 들이겠다고 미리 얘기한 거였다.

 

시험관으로 임신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임신이 되더라도 아마 나는 평생을 남편과 양가부모님들께 죄인처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게될 거 같다. 자꾸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데, 정말 옛날 같았으면 소박맞기 딱 좋은 상황이라서 헛웃음이 난다.. 에휴.. 

시험관 신선1차 종료

이렇게 이식도 못해보고 배아동결 비용만 결제하고, 신선1차는 자동으로 끝이 났다. 이번에 생리를 시작하면 동결1차가 시작이 된다. 

 

동결1차 시작 준비 

1. 보건소에 가서 난임부부 시술비를 새로 신청하고, 

2. 주민센터에서 혼인관계증명서 1통 떼고, 

3. 생리 2~3일차에 시술지원통지서, 혼인관계증명서, 부부 신분증 들고 병원방문. 

항목 총 금액 난임부부 지원금 자기 부담금
배아수정 및 동결비용 722,800원 -536,520원 186,280원
수정결과 상담비용 4,600원   4,600원
총액 727,400원 -536,520원
(6,550원 남음)
190,880원

신선1차 난임부부 지원금은 알맞게 다 썼다. 신선 이식까지 같이 진행했다면 비용이 오버 됐을텐데,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동결이식도 괜찮은 선택인 거 같다.

 

그리고 이번에 지급된 국민지원금25만원을 삼성카드로 받았는데, 병원에서 결제했더니 자동으로 차감이 되었다. 어쩌다보니 이번 결제는 모두 나랏돈으로 해결...ㅎㅎ 나랏돈 안 받아도 되니 임신되게 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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